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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

독후감 '침묵의 봄' - 살충제 그 다음은?

 


최근 야외에서 새를 본 적이 있는가.

바쁘게 사느라 이런 걸 신경 써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최근에 새를 본 적이 언제인가?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오래된 거 같다.

 

예전엔 분명 새들이 많이 살았다는데

요즘엔 드물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 많았다던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침묵의 봄'은 위의 질문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환경오염의 문제를 접하는 경우는

아마도 가장 큰 게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여러 자료를 기초로 하는 통계와

직접 현장을 담아놓은 영상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변화를 촉구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일상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와

충격적인 장면보다

 

새들의 실종과 죽음으로부터

역순으로 원인을 찾아나간다.

 

생태계 순환의 구조를 따라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차례로 보여주고 있다.

 

새를 포함한 동물들은 왜 사라졌을까?

 

책에서 지적하는 원인은 살충제다.

 

직접 노출되어 죽은 예도 있지만,

살충제에 노출된 벌레를 동물들이 잡아먹고,

 

그 동물을 잡아먹는 또 다른 동물들이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정해진 기준치에 의해

벌레만을 제거할 수 있는 양의 살충제를 뿌렸어도

 

벌레를 잡아먹는 동물들 안에

화학물질이 점차 축적되어

상위 개체로 갈수록 증폭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를 생물농축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벌레는 사라지지 않았다.

 

벌레들은 진화를 거듭하여

살충제로 인한 죽음을 해결했다.

 

반대로 진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화학약품들은

더욱 강한 약품처리를 만들어 내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생태계의 붕괴 및 토지 오염과 수질오염 등

그 영향은 더욱 광범위하게 퍼졌다.

 

책에서는 해충 제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짓는다.

 

과학을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생명을 조절하는 방법[각주:1]

자연농법 및 천적을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이다.

 

 

현대에 와서 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이야 생태계가 순환한다는 개념들이

익숙할지 모르지만 1962년 출간된 당시만 해도

환경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던 시기였다.

 

이 책은 당시 대중의 인식을 끌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후 환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대의 농업 방식도 살충제의 사용보다

위에서 말한 친환경적인 방식을 적용하고

권장할 정도면 말 다했지 뭐.

 

이제는 실제로 책에 나온 내용들이

어느 정도 실현되기도 했고 말이다.

 

살충제와 같이 과학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의 성장과 환경을 고려하는,

서로가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자는 이야기다.

 

물론 아무리 과학과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도

 

결국은 오염이라는 문제를 늦출 뿐

100% 막을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예측할 수 없는 분야다.

 

위험성을 알고 조심한다 해도

후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어쩌겠는가.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사건이다.

 

2016년 유럽에서 피프로닐(살충제 일종)이

초과 검출된 달걀이 유통된 적 있다.

 

다행히 내부자 신고로 일단락되었으나

이 파동은 당시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었다.

 

국내에서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DDT [각주:2]를 포함한 농약이 검출되는 등 한동안 달걀 판매가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염은 남아있었고 그 위에서 자란 생명은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노출되고 있었다.

 

방사능 오염수로 더럽혀진 바다와

수질에 녹아들어 있는 중금속 오염.

 

이산화 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더불어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까지.

 

최근에는 혈액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오염은 심각하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생물농축으로

우리 몸에서 검출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미 오염되어 버린 것들은 되돌릴 수 없다.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 미래의 오염은

우리가 지금부터 조절할 수 있다.

 

오염을 가장 늦출 수 있는 방법은

큰 원인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아무리 라벨을 띠고

이물질을 제거해 분리수거를 배출해도

 

회수 후 처리 과정의 문제와 처리비용 문제로

결국 무차별적으로 버려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보도가 있다.

 

그와 더불어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으로

어업이 40%를 차지한다는 걸 아는가.

 

책에 나오는 내용에서도 살펴보면

살충제 방사의 시작은 무지한 정치와

돈이 걸린 제조업체의 유착관계가 원인이었다.

 

현대의 환경 문제에 관해 말하면

왜 모든 문제를 개인한테만 돌리는가.

 

제도의 무능, 정치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시행되면서

책임은 가장 비중이 적은,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참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인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

 

살충제로 시작한 곤충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 시작은 살충제였지만

여전히 수많은 문제가 즐비해 있다.

 

앞서서도 말했 듯

1962년 출간된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환경 문제를 거론하면

‘침묵의 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아직도 우리는 환경보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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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이 책도 예전에 썼었던 독후감을

수정해 블로그에 올린 버전이다.

 

해피캠퍼스 실패작이자 마지막.

이제 더 이상 없다. ㅎ

 

글을 처음 쓸 당시(대략 3년 전)와 비교해서

지금은 다행히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아예 무라벨로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이며,

컵 보증금 제도나

개인 컵 혹은 용기에 식품, 제품을 담아주는 기업까지.

 

좋은 방향이지만

한편에서는 친환경이라는 명목하에

책임은 다하지 않고 돈만 노리는 기업들도 우후죽순 생겼다.

 

그린 워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단어가 위의 말을 표현하는 단어다.

 

흔히들 환경문제를

지구를 두고 진행하는 조별과제라고 하던데

 

유행하듯이 흐름에 타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 아닐까.

 

점차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극단적 환경 운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도 이들에 관한 내용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 당구대회에서

페인트 테러가 또 한 번 있었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좋지만

꼭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해야 하나.

 

환경운동을 한답시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진정한 환경운동가일리 없다.

 

그저 SNS를 통해 뭔가 얻어내려고 하는 사람이거나,

환경 운동을 한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려 저러는 게 아닐까.

 

저런 행동 자체가

진짜 환경운동가들을 욕보이는 거다.

 

처음에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겠지만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결국 관심도 사라지고,

 

전하고자 하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마저

부정적 이미지로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이제는 페인트 테러를 해도 별로 기사도 안 난다...

 

마음은 이해한다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보니 앞에서

너무 사회적 책임만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 ㅋㅋ.

개인의 노력도 분명 중요하다. 

우리가 환경을 위하고 생각하며 소비하면

그게 결국 기업, 정부, 사회 모두 변하는 거니까.

 

앞으로 또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한

시선들이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완만하게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책에서 설명하는 예시로는 불임인 해충 생성 후 방생하여 조절, 곤충의 특성 중 호르몬이나 빛, 소리에 반응하는 점 등을 이용하여 통제하는 법이 나온다 [본문으로]
  2.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 국내는 1979년 이후 사용이 금지되었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