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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

독후감 '군주론' - 현대 사회에서 군주가 살아가는 법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역대 훌륭하다고 칭송받던

혹은 망한 군주들에게서 얻은 사례를 통해

 

군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는 책을 통해 현실적인 정치에 맞추어

다양한 관계들 속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전한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영역에서는

의도의 선함이 결과의 선함을 담보하는 것은 아님을 설파한다.

 

윤리적인 덕이 자동적으로 공적인 덕으로 전환되지 않으며,

사적으로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공적인 영역에서는 덕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사적인 윤리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정치적 상황의 특수성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악’ 보다 적은 ‘악’을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그의 관점은 기존에 폭군이라고 불리던 군주를 가리지 않았고

폭군을 칭찬하고 그들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시 사회의 정치 행위인 종교적 규율이나

도덕적 덕목과 같은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와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중세의 전통적 종교윤리에서 벗어난

책의 별명이 ‘악마의 책’이라 불렸던 게 아닐까.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로도 유명한데

어떻게 이런 반대되는 군주주의의 내용을 썼을까?

 

이는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정이 무너지고

메디치 가문의 군주정이 복구되는 과정에서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고문과 투옥을 받은 적이 있는 것과 이어진다.

 

특사로 풀려났기는 했지만,

공직에서 추방되어 다시 공직에 복귀하고자

로렌초 메디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여 바쳤다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총체적인 부패상황을 개혁하기 위한

1인 통치체제의 기반을 둔 통일을,

 

후에 로마사 논고에서는

이런 통일된 정치 공동체를 기반으로 인민에 의한 지배가 자유로운

공화정으로 대체되어야 함을 주장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키아벨리가 붙인 최초의 라틴어 제목을 글자 그대로 옮기면

‘군주정에 대하여’(Sui Principati)라고 옮길 수 있다.

 

이는 초대 로마황제가

로마 공화정의 후계자임을 밝히기 위해 사용한

‘원로원 수장’(princeps senatus)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더해준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책의 내용에서도 

은연중에 공화주의적 성격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책의 내용 중엔

군주는 때론 약속 어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능숙한 기만자이며 위선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정치적인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색으로서

외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때 정직하게 보이는 것, 관대하게 보이는 것 등

외양 조작을 통한 인민의 환심과 지지가

군주에게 대중에 지지가 필수적임을

은연중 역설함으로써 공화주의적 성격을 드러낸 부분이라고.

 

이전에는 책과 마키아벨리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느낀 점과 이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지 위주로 글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이 책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주와 같이 꼭 누군가를 공포로서 통제하고

폭력과 억압으로 다스려야만 하는가.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방식은 맞지 않는다.

이 책은 군주론이다.

 

당시 군주를 위해 썼던 책이므로

당연히 지금과 그 뜻이 명확히 같을 리 없다.

 

대신 책 내용 중 인간 본성에 관한 통찰 속에는

현재에도 통하는, 사회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그런 부분들 위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전에 군주란 단어부터 현대에 맞추어 바꿔볼까 한다.

군주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군주의 역할은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리더가 아닐까.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게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이라 생각한다.

 

예전이야 권력이 군주에게 대부분 집중되어 있어서

군주 개인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세분화된 조직구조를 따라가고 있어

결과적으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는 통제와 억압이 아닌

협력을 통한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책 내용 중

‘다양한 군주국의 종류와 획득 방법들’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

 

책에선 군주국을 크게

세습 군주국이거나 신생 군주국으로 구분 짓는다.

 

세습 군주국은 큰 이상이 없다면

기존의 것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불의의 사태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신생 군주국인데,

신생 군주국의 경우 새롭게 탄생한 군주국이거나

새로 편입된 군주국이기에 병합 시

 

1. 파괴

2. 직접 그 나라에 살며 통치

3. 내버려 두면서 지속적 우호 관계 유지

 

이렇게 다스리는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회사든 부서든 어떤 작은 단체던지 리더는 있다.

 

리더가 되는 방법은

기존에 존재하는 무리의 장이 되거나

아니면 직접 무리를 만들어 장이 되거나 하는 방식일 것이다.

 

전자는 세습 군주국일 것이고

후자는 신생 군주국으로 생각하여 적용해 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가 나온다.

 

후자의 경우 마음에 안 든다고 파괴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해야 할 건 2, 3번째를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파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굳이...?) 

 

직접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을 쓰며 소통하고 일을 해결한다든지,

 

기존의 팀이 병합된 경우라면

병합 전 팀의 리더를 필두로 일을 하면서

우호 관계를 쌓아나가는 방식 등

 

새로운 팀을 이끌어 나가는데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고

함께 가는 게 좋겠지만

분명히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멸과 미움을 피하는 방법’에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수 집단의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는 일만큼은 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대인관계 능력만 있으면 될까.

  

‘군주는 군무에 관하여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선 

군주의 직업인 전쟁,

 

다시 말해  군무에 능통하지 못한 군주는

병사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며

이는 서로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본업에 대한 능력이 부족할 때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용병 이야기를 통해서도 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이어진다.

너무 외세에 의존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다 떠나 버릴 수도 있다.

내부의 문제는 되도록 내부 안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현실에 적용하면 외주 혹은 부하직원 정도..?

 

‘그 병은 초기에는 치료하기는 쉬우나 진단하기가 어려운 데에 반해서,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진단하기는 쉬우나 치료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국가를 통치하는 일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문제를 덮어놓고 있다가

나중에 가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건 똑같았나 보다.

 

조기에 잘 돌아가고 있는지

혹은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무자들과 소통을 자주 해야 한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가 보통 수직적인 관계다 보니

잘못된 걸 알면서도 좋은 소리만 듣기 쉽다.

 

‘아첨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에서는

리더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나온다.

 

아첨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으로는

‘진실을 듣더라도 절대 화내지 않는다’라고 알리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해야 하고 말이다.

 

다만 존경은 사라질 수 있으므로

사려 깊은 사람을 선임 후 그들에게만 솔직함을 요구하라고 한다.

 

그들의 솔직함을 토대로 리더는 결정을 내리고

그 후 본인의 방식에 따라 책임지면 된다.

 

결과는 분명 노력과는 별개로

운에 의해서 예상보다 좋을 수도 혹은 나쁠 수도 있다.

 

결과가 좋았으면 그걸로 끝일까?

마키아벨리는 전적으로 운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권력을 잃은 나태한 지배자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나태함, 평화로운 시기에
자신들의 권력을 구축하고 방비를 강화하지 못한 게으른 실책을 시인하는 대신
자신의 악운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마키아벨리는 그들의 실패를 설명하기 위해서 fortuna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파멸의 원인은 바로 전적으로 운명에 의존한 탓이라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리더라면 현재에 운운하는 게 아닌

보다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갖추고 미래에 대한 대비를 꾸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제때 실행할 능력(virtu)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마무리

이렇게 군주론을 읽으면서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에

내 생각을 곁들여 적어 보았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책의 모든 부분을 다 담고 있는 게 아니라 많이 빈약하다.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읽은 군주론은

제4판 개역본이었다.

 

원본이 이탈리아 책이기 때문에

개역과 번역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내 능력이 모자라서 이 이상으로는 못 하겠다.

정확하게 이해한 건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사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도 더 있긴 한데

위와 같은 이유에서 많이 뺀 것도 있다.

더보기

특히 아쉬운 용병이야기

 

용병을 등용하면서 나오는

당시 문제들에 관한 내용을 찾고 정리한 내용이 있다.

 

실제로 용병들끼리 죽이거나 한 게 아니라

포로로 잡아가서 몸값만 요구하면 풀려났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피 터지는 싸움을 한 게 시간만 때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데...

 

뭔가 주제와 안 어울리기도 하고  너무 예전에 정리해 놓은 거라

블로그에 올리려 다시 찾아보려니까 그새 없어진 자료도 있고 해서 아쉽지만 뺐다.

뭔가 더 재미있는 게 나올 수 있을 거 같긴 했는데.. 쩝..

 

 

 

책을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당연한 이야기를 뭐 저렇게 진지하게 하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책이 출간될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결론이라는 게 어찌 보면 상식에 가까워질 정도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나 보다.

 

이어서 철학책이 어려운 이유가

결과를 먼저 알고 내용을 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정을 생략하고 나니

그게 왜 대단한 건지도 모르겠고 어렵게만 다가오는 거지.

 

 

당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기존의 것을 뒤집는 결론까지.

 

책을 읽으면서 어떤 과정으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시대를 초월해 지금에 와서도 통용되는 것을 보면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도 같다.

 

고전의 가치는 이런 게 아닐까.

  

군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본성에 관한 부분엔

좋은 내용이 많이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