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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

독후감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레싱 단편집

이 책은 1994년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TO Room Nineteen : Collected Stories Volume One (Jonathan Clowes Limited)

에 수록된 작품 20편 가운데 11편을 담고 있는 책이다.

 

바람을 피우거나, 육체적 관계를 통해 본인의 부족한 지배욕을 채우려고 하는 내용 등

이 책에 담긴 11개의 단편소설들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였다.

 

왜 이런 주제들의 글을 쓰게 되었을까 의문이었는데

마지막의 민경숙 교수님? 의 작품 해설 중

도리스 레싱 작가와 책이 쓰일 당시 시대상에 관한 설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이 쓰일 당시 상황은 196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동안 억눌렸던 개인적 요구가 표출되면서

혁신과 혁명이 범람하는 활기찬 시대이자(인종 차별과 성 차별 금기 타파의 계기가 되는)

무책임한 과잉, 현란함, 사회질서 붕괴의 시대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19호로 가다]를 포함한 여러 작품 속에

당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단편소설들을 하나하나 다 소개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제목인 [19호실로 가다]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도공]을 소개해 볼까 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19호실로 가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수전이

매슈와의 결혼생활 중 생겨나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외딴 호텔 19호 방에 홀로 들락거리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책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수잔이 본인의 감정을 지성으로서만 오로지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일까.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나기까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녀가 느끼는 불안은

육아에 대한 책임에서 나오는 스스로가 주는 압박과

가족에 전념할수록 잃어가는 본인의 정체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앞서서 언급한 당시의 시대 상황과도 맞닿아 있었다.

 

책의 맨 뒤에 추천사를 읽다 보면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무기력해지는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단순히 무기력한 게 아니라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분명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녀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 택하지 않았다.

책임을 지며 스스로를 억압하는 삶으로 가는 길이었으므로.

 

[두 도공]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꾼 꿈을 메리에게 전하는 내용으로 시작해

메리를 찾아가 겪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성적인 내용이 안 나와서도 있지만

꿈을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현실과 영향을 받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꿈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위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중간중간 꿈 내용을 벗어나 본인을 추가한 이야기와

메리를 추가해 지어낸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이 점이 꿈과 현실을 더욱 이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 꿈속 폐허 같은 황무지 정착지가

도자기를 빚는 노인으로부터 점차 발전해 나가는 모습과

마지막엔 메리에게 받은 토끼 도자기를 내밀자

생명을 얻고 이내 멀리 사라지는 과정까지.

 

단순히 메리 가족의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과 겹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장인정신에 관한 내용 같기도 하고,

 

소설 속 세계에서 점액점증이라는 전염병으로 사라져 가는 토끼와

꿈속 황무지 땅에서 멀어지는 토끼를 통해

자연의 회복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스미스 씨의 총질과 장난감 토끼의 죽음에 슬퍼하는 데니스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일 수 도 있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마무리

 

이렇게 간단하게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해 봤다.

 

나머지 9편은 레싱의 또 다른 단편선인 [사랑하는 습관]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이 책 또한 읽어보고 독후감을 작성하도록 하겠다.

'19호실로 가다' 책 독서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