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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책

독후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이 책은 김초엽 작가가 SF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했던 글을 엮은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제목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포함하여

총 7 작품이 책에 나오고 있다.

 

그중 6 작품이 기존에 발표되었던 작품이고,

책을 위해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쓰고, 추가했다고 한다.

 

 

7개의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하면

글이 길어지기도 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제목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공생 가설] 그리고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위주로 간단하게 글을 써볼까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주 정거장에서 비행선을 기다리는 주인공 '안나'' 와

정거장 철거를 위해 온 남자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기를

독일의 '가짜 버스 정류장' 기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요양원 노인들이 시설을 나와 길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이 버스 정류장은,

당연히 가짜이기 때문에 버스는 안 오고, 직원들이 데려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 점을 알고 책을 보면

마지막 대사인 '갈 길을 정확하게 알았다'는 안나의 말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분명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치매환자들과 겹쳐 보여서일까.

어쩌면 떠날 수밖에 없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

점차 잊히고 소외되는, 약자의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주인공 안나의 상황과 한데 뒤섞여

다 읽고 난 후에도 꽤 오래 여운을 남겨 주었다.

 

 

[공생 가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류드밀라 마르코프'라는 인물이 그리는 세계가 현실에 존재했었고,

그게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공생하고 있었다는 증거로서,

이후 밝혀지는 전말을 다룬다.

 

책에 등장하는 소설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말로는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생명의 경이로운 부분들을

외계인과의 공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SF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적대적으로 묘사한다.

아무래도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그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공생이라는 관계를 통해

과연 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는 게

무척이나 흥미로왔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주 터널의 반대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우주비행사 재경과 가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우주 터널로 넘어가는 과정이 성공하냐 실패하냐 보다는

재경이 왜 바다를 택했을지 추측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에선 재경을 통해 개인이 겪는 여러 사회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데

우주비행사로서 모든 자격조건과 시험을 통과했음에도

성별과 인종문제로 구설수를 겪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됨과 동시에

그와 반대로 너무도 쉽게 증오와 비난을 표출하는,

 

시선이 주는 압박의 굴레를 생각하면

바다를 택한 것도 이해가 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없고, 무시된 개인성을 되찾고,

자연 그 자체가 주는 자유와 해방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바다로 간 것이 아닐까.

 

바다로 간 재경이 선례를 만들어 놓은 덕분에

(비록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지만)

우주로 간 가윤은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재경이 가윤의 영웅이었듯이,

가윤을 영웅으로 하는 다음 세대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전해질 것이다.

 

사회 또한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고 말이다.

 

진짜로 재경이 존재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내용과 과정이 정말 현실적이었다.

 

이렇게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다.

 

 

어릴 적 이 책처럼 SF를 주제로 하는 단편 소설 모음집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F 단편 소설 모음집을 잘 못 본 거 같았는데,

이렇게 우연히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끝머리에 인아영 문학평론가님이 평론한 내용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본인의 생각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3개의 이야기를 뽑아서 이렇게 소개했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매력 있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직접 책을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독서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