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사랑의 기술'

우리 사회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사랑의 기술에 대한 편리한 지침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사랑은 스스로 도달한 성숙도와는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첫 머리말부터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사랑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실존적 문제부터 시작해, 

자식과 부모 간의 사랑, 형제애, 자기애, 

육체적인 관계, 신에 대한 믿음,

 

마지막으로 진정한 사랑을 어떻게 하면 실천할 수 있는지까지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랑에 대한 이론과 분석을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책 첫 서두부터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기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생각하기에 사랑은 기술인가?

 

아마 대부분은 기술보다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감정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이라는 표현과는 살짝 다른 것 같다.

 

단순히 즐거움, 슬픔 등의 상태가 아닌

무언가 배울 필요가 없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하고,

 

반대로 기술은 노력이 필요하며

배워야 하는 상태로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하나의 기술로서,

사랑이 감정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입장을 반박하며

사랑이 기술임을 알고 이에 대해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랑의 기술 내용 중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스스로 분리불안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불안을 느낀다고 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 사회를 위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님이 틀림없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질문을 던져보았다.

 

매번 저출산 문제로 이야기가 많은데,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랑을 못 하는 건 아닐까? 

 

사랑의 기술 내용 중 일부를 보자.

 

[‘우리 문화권의 사람들은 사랑의 경우 명백히 실패하고 있으면서도

왜 사랑의 기술은 도무지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도 아마 여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뿌리 깊이 갈망하면서도 사랑 이외의 거의 모든 일, 곧 성공, 위신,

돈, 권력이 사랑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의 거의 모든 정력이 이러한 목적에 사용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의 기술은 배우려고 들지 않는다.

 

 돈을 벌거나 특권을 얻는 데 필요한 것만이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면,

오직 ‘영혼’에 유익할 뿐, 현대적 의미에서는 아무런 이익도 없는 사랑은

우리가 정력 대부분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사치에 지나지 않을까?’]

 

놀랍게도 이와 같은 견해는

현대로 와서 실제 결혼율과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결과 인구·가구 기본항목 자료를 보면

 

30대 인구의 전체 미혼 비율이 42.5%로서,

남자는 50.8%, 여자는 33.6%라는 조사가 나왔다.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인식에 대한 조사를

언론을 통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이다.

 

‘결혼을 사치’라고 느끼는 비율이 61%가 넘으며

그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고,

 

경제적 이유를 해소하기 위해

자녀출산을 가장 먼저 포기하겠다고 답한 비중이 컸다.

 

 

책의 또 다른 부분의 내용 중 일부를 가져와 보았다.

 

[그(프로이트)는 성적 본능을 몸속에 화학적으로 생긴,

고통스럽게 해방을 갈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본다.

 

성욕의 목적은 이 고통스러운 긴장을 제거하는 것이고

성적 만족은 이러한 제거에 성공하는 것이다.

 

유기체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 때

굶주림이나 갈증이 생기는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성욕이 생긴다고 하는 점까지 이 견해는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욕은 갈망이고 성적 만족은 갈망의 해소다.

이러한 성욕의 개념을 갖는 한, 사실상 자위는 이상적인 성적 만족이리라.]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최준용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가 조사한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연구 내용이 공개되었는데

1년 동안 섹스리스의 비중이 36%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는 그 이유로 파트너 없음이 51%,

흥미 없음이 20%로 그다음으로 높았고,

 

여자는 흥미 없음이 56%,

파트너 없음이 19%로 높았다.

 

그 외에도

 

스스로 자신의 계층을 중산층으로 평가한 남성 79%가

하위층이라고 평가한 남성 67%보다

성관계를 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여성 역시 중산층 여성 65%가

하위층 여성 53%보다 성관계가 잦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또한 시간과 비용 등 여유와 출산,

자녀 부양 능력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여성들이 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남성들 입장에서는 파트너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서

비자발적으로 섹스리스가 된 것"이라고 분석함과 동시

 

"젊은 남녀 공통적으로 섹스리스의 가장 큰 이유를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으로 꼽았다

 

염교수님의 분석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음란 동영상이나 도구 등

대체재를 이제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자위행위를 통해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사를 통해 밝혔다.

  

 

이 외에도 남녀에 대한 많은 통계가 있지만

굳이 더 쓰지는 않겠다.

 

왜 결혼은 사치가 되었고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는가.

 

결국은 안타깝게도 돈의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런 내용을 찾고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다들 연애나 결혼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의 원인을 돈으로 제거하기 위해

부동산, 주식, 코인에 집착하게 되고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에서는 이에 대해

훈련과 정신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 신앙을 말하고 있다.

 

위의 것들을 활용하여 자아도취를 극복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것들은 이해하겠는데

갑자기 신앙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랑하는 대상을 믿고

본인을 그 대상에 맡기는 것이다.

  

[본래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는 아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중략>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종합해 정리해 보면

남을 사랑함으로써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사회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잘 살고 싶은 욕망은 당연하지만 돈 그 자체가 우선이 되는 삶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인지 한 번쯤 되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사랑의 기술을 읽으며 느꼈던 점과 생각에 관해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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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이다. 

다만 블로그에 안 올리고 해피 캠퍼스에 올렸었었는데

하나도 안 팔려서 그냥 블로그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ㅋ (하나 팔렸었나?)

 

글을 쓸 당시에도 이해하는데 어려워서

책을 두세 번 더 읽고 정리하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한 건지 의구심이 들긴 하는데

진정한 사랑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보는 걸 권하고 싶다.

 

책에 나오는 여러 예시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멋진 신세계’ 책을 함께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사랑의 기술 본문 내용 중 직접 ‘멋진 신세계’를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읽어본 사람으로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미래 사회 모습(디스토피아라고 말하는)을 통해

 

사랑에 대한 감정과 이를 다루는 태도들은

책에 나온 이론들을 관통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마약에 취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도취적인 삶의 모습,

마약에 의해 고취되었던 감정이 돌아오면서 느끼는 감정,

집단과의 일치를 통해 느끼는 안정감,

야만인의 세계 속에서 느끼는 주인공과 문명인들의 감정 등

 

아마 진정한 사랑이 없는 사회가 있다면 이런 세상이 아닐까.

소름 돋게도 점점 요즘의 현실과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영상에서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관하여  말하라고 했을 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물질적 풍요(돈)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기억이 났다.

 

그 안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학습된 것 같다는 생각도 요즘에는 든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인 사례를 봐도 그렇고,

최근 부동산 빌라왕 사태를 봐도 그렇고,

횡령 문제로 억도 아니고 몇십 몇백억 단위의 돈을

개인이 해쳐먹는 내용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도 

 

처벌에 대한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피해는 늘 약자인 개인, 돈이 없는 사람이 다 짊어지게 되니까. 

 

돈이 없다고 모두가 약자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돈이 있다면 고통과 피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돈이 없을 때 어떠한 일을 겪는지 직접 본 결과로

다들 그렇게 돈에 집착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예전부터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탓하는 시선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이건 예전에 비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만.

 

(가해자는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서

뭔가 비난의 대상을 피해자에게 돌린 게 아닐까? )